우크라이나 수도 북서부에는 ‘부차’라는 작은 도시가 있어. 얼마 전 우크라이나군이 퇴각하는 러시아군을 밀어내고 탈환한 곳이지. 그런데 러시아군에 의해 집단 학살된 것으로 보이는 민간인들의 시신이 여러 곳에서 발견되면서 우크라이나는 물론이고 전 세계가 큰 충격에 휩싸였어. 현장에는 마치 처형당하듯이 두 손을 뒤로 결박당한 시신을 포함해 차나 자전거를 타고 가다 도로 한복판에 쓰러져있는 시신 등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이 퇴각한 거리에 민간인 시신 410구를 수습했다”고 밝혔어.
우크라이나 블라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민간인을 학살한 부차를 방문해 ”2차 세계대전 이후 우크라이나에서 저질러진 가장 끔찍한 전쟁범죄“라며 ”범죄 명령을 내린 사람과 이 명령을 수행한 사람들을 뉘른베르크 재판소와 비슷한 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어. 한편 러시아는 민간인 학살 의혹에 대해 "우크라이나 정부가 부차에서의 공개한 모든 사진과 영상은 서방 언론을 위해 우크라이나 정부가 연출한 것이다" 라며 부인했어.
2. 유엔인권이사회에서 퇴출당한 러시아
유엔 인권이사회(UNHRC)는 세계 각국 인권 상황을 감시, 해결하는 유엔 대표 기구로 1946년 출범했어. 인권이사회 결정은 법적 강제력은 없지만 국제사회에서 무시할 수 없는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며, 매년 북한 인권 침해를 규탄하는 결의안을 채택하고 있어. 러시아는 인권이사회에서 어쩌다 퇴출당했을까?
유엔(UN)은 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민간인 학살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긴급 특별총회를 열고 러시아의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자격을 정지하는 결의안을 찬성 93표, 반대 24표, 기권 58표로 가결했어. 결의안은 "우크라이나에서 진행 중인 인권과 인도주의 위기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러시아의 인권침해 사례들을 적시했어. 러시아는 리비아(2011년)에 이어 두 번째로 인권이사국 자격을 박탈당하게 됐어.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이 유엔 산하 기구에서 자격이 정지된 것은 러시아가 처음이야. 이번 결의안에 우리나라를 포함해 서방 국가들이 찬성표를 던진 반면에 북한, 중국, 이란은 반대표를 행사했어. 이에 맞서 겐나디 쿠즈민 주유엔 러시아 차석대사는 결의안 채택 직후 "불법적이고 정략적인 조치"라고 반발하며 이날 곧바로 탈퇴를 선언했어.
3. 푸틴 대통령을 전범으로 처벌할 수 있을까?
전범(War Criminal)은 통상적으로 침략전쟁을 벌였거나, 전쟁 수행 과정에서 국제법상 전투법규와 관례를 위반하는 등 전쟁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뜻해.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나치 독일과 제국주의 일본의 지도자들이 대표적이지. 전범의 정의는 1990년대 들어 르완다 내전과 옛 유고 내전을 계기로 확대됐어. “종교와 민족이 다르다는 이유로 인종청소를 자행한다든지, 집단살해와 반인도적 범죄를 저지른 자”를 전범이라고 국제사회는 규정하고 있어.
푸틴 대통령을 전범으로 처벌하는 방법 가운데 국가 간 분쟁을 다루는 국제사법재판소(ICJ)와 개인의 전쟁범죄 문제를 다루는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푸틴 대통령에 대한 처벌이 가능할지 여부가 주목될 수밖에 없어. 그런데 ICJ가 러시아군과 푸틴 대통령을 유죄로 판결하더라도 그 집행은 유엔 안보리가 맡기 때문에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 중 하나인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하면 처벌이 불가능해. 반면 ICC는 123개 회원국을 포함해 관할구역으로 정한 국가에서 기소된 인물이라면 누구든 재판할 수 있으며, 지금까지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와 수단의 오마르 알바시르 등 현직 국가 정상을 두 차례 기소한 바 있어.
다만 푸틴 대통령을 ICC에 기소하려면 불법적 공격 지시나 알면서도 묵인 또는 방치했다는 증거가 필요해. 또 ICC는 결석재판을 열지 않기에 푸틴 대통령이 체포되지 않는 한 재판은 연기될 수 있어. ICC가 푸틴 대통령을 전범으로 처벌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군의 전쟁범죄를 멈추게 하기 위해서는 푸틴 대통령을 국제적 단죄의 일환인 전범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계속해서 압박하는 방법밖에 없어.
4. 국제사회의 추가 제재는?
국제사회는 더욱 강력한 제재로 러시아를 압박하고 있어. 유럽연합(EU) 국가들이 잇따라 러시아의 민간인 학살에 대한 항의로 자국 주재 러시아 대사관 직원을 ‘외교상 기피 인물(페르소나 논그라타)’로 지정해 추방했어.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깜짝 방문해 1,600억 규모의 장갑차 120대, 대함 미사일 등의 지원을 약속했고, 앞서 EU 집행위원장도 우크라이나가 최대한 빨리 EU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어.
미국은 독자적으로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 수위를 높이고있어. 7일(현지시간)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금지하고 러시아와 벨라루스에 대한 무역 관계에서 최혜국대우를 폐지하는 법안을 가결했어. 대러시아 제재의 다른 한 축인 유럽연합(EU)도 7일 러시아산 석탄 수입과 러시아 선박의 역내 항구 진입 금지에 합의하는 추가 제재를 발표했어. 120일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8월 초 발효되는 이번 러시아 석탄 금수 조치는 러시아 에너지를 겨냥한 EU의 첫 제재라는 의미가 있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학살 행위가 빙산의 일각이며 다른 도시에서도 러시아군의 만행이 계속 추가로 확인되고 있다고 밝혔어. 실제로 부차 인근 마리우폴에서도 민간인 학살 정황이 속속 발견되고 있어.
인권은 전쟁 상황에서도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국제적 합의이자 규율이야. 이번 만행으로 무고하게 희생된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명복을 빌어. 앞으로 우크라이나의 자유·인권·평화와 민주주의가 회복될 수 있도록 전 세계가 러시아를 압박하고 전쟁범죄에 대한 대가 처벌을 촉구해야 해.